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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로로메탄 중독사건의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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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3-04-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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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3호
트리클로로메탄 중독사건의 맥락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금속 가공품 세척 공정에서 트리클로로메탄 중독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맥락을 짚어보겠습니다.

중독사건의 발견 

2022년 초 경남 창원 OO산업(16명), 경남 김해 OO알앤티(13명)에서 잇달아 트리클로로메탄 중독자가 발견됩니다. 소화기내과 의사는 간염으로 입원하였던 한 환자가 작업 복귀 후 다시 악화되자 직업환경의학과에 의뢰하였습니다. 2023년 3월에 경기도 이천 A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독사건(7명)은 서울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 확인됩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보고 -  임시건강진단 - 유사환자군 확인 - 경고 전파 - 관리감독으로 이어집니다.
직업성 중독사건은 임상 의사들이 직업성 중독을 인지하고, 의뢰/보고하면서 '발견'되었습니다. 근로자가 스스로 직업성 중독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2022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전국 5개의 직업병안심센터는 여러 임상 진료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직업병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직업성 중독을 발견할 수 있는 신경망은 좀 더 촘촘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수건강진단의 역할

트리클로로메탄은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물질입니다. 하지만 트리클로로메탄에 대한 생물학적 노출 표지자는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체 내 반감기는 매우 짧고, 주로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특수건강진단 의사는 트리클로로메탄을 사용하는 근로자에게서 간기능 이상소견이 나타나면 중독을 의심합니다. 그러나 간수치의 가벼운 상승은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노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한다면, 유해물질의 독성반응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특수건강진단은 1년에 한 번 이루어집니다. 과도한 노출이 있었던 시점에 특수건강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독사건의 이 발견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의 역할

트리클로로메탄은 작업환경측정 대상 유해물질입니다. 8시간 시간가중 평균노출기준은 10ppm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작업환경측정기관은 작업환경측정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장으로부터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받아 성분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성분이 표시되지 않거나, 함량이 의도적으로 조작되어 있을 경우 작업환경측정 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습니다. 작업환경측정은 1년에 2차례 이루어지는데, 이 측정 결과는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보고됩니다. 2차례의 샘플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실제 노출을 반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규제를 피하려는 마음이 앞선다면, 노출수준의 최대치보다는 최소치가 보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보건관리체계의 역할

보건관리자는 유해물질목록을 작성하고, 경고 표지를 부착하고, MSDS를 게시합니다. 작업자들에게 본인이 사용하는 유해물질의 건강영향을 알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교육도 합니다. 국소배기장치의 성능을 점검하고 보호구를 적절하게 지급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유해물질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초 중독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세척공정이 있는 사업장들이 한 달 동안 자율적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총 299개의 사업장을 점검하였죠. 그런데 무려 46.5%의 사업장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상당수의 사업장들이 중독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산업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척제 공급처의 역할

2022년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를 공급하였던 OO케미칼은 환경부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트리클로로메탄을 제조하여 판매하였습니다. 게다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다른 물질이름을 적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의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물질은 다양한 규제가 받게 되므로, 이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관리법은 2020년부터 전면 시행되었는데, 유독물질로 지정된 것은 총 1,056개에 이릅니다. 화학물질의 공급회사는 환경부에 세부적인 사항을 스스로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아직 신고내용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왜 위험한 물질을 세척제로 사용하고 있는가?

간과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염소계 세척제는 오존층 파괴, 생태계 잔류성, 발암성이 확인되면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회사가 염소계 세척제를 사용하고 싶어합니다. 왜냐면 다른 세척제에게는 없는 탁월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염소계 세척제의 3요소
1) 불연성이 있어 화재위험이 낮다.
2) 휘발성이 높아 건조과정이 필요없다.
3) 지방 용해성이 월등하여 탁월한 세척성을 보인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세척제는 염소계 세척제가 유일합니다. 알코올이나 탄화수소계 세척제는 휘발성이 강할수록 화재위험이 증가하죠. 그리고 세척성이 충분하지 않아서 고압세척이나 초음파세척 장비가 필요합니다. 즉 염소계 세척제를 사용하면 세척공정을 저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압세척, 초음파세척, 건조공정은 필요 없고, 단지 뿌리거나 담그기만 해도 됩니다. 그래서 대기업들과는 달리 영세한 소규모 하청 사업장이나 기술적 대안을 찾지 못한 사업장들은 염소계 세척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업성중독사건의 핵심  원인 2가지 요약정리

1) 산업보건관리의 책무성
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 직업성 중독을 더 잘 발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산업보건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독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보건관리는 법적 의무를 지키는 것에 급급합니다.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경험 자체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트리클로로메탄 중독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과연 보건관리자는 추가적인 작업환경측정이나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을까요? 또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산업보건관리 담당자에게 독립적인 권한과 예산을 주지 않습니다. 과연 산업보건관리의 책무성(accountability)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2) 염소계 세척제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계당국이 감독을 강화하면 일시적인 개선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것입니다. 법과 제도가 염소계 세척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현행 법을 어겼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이 처벌에만 머무른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전이되겠죠.
결국, 사업장에서 수용 가능한 안전한 세척 시스템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해당 부품을 납품받는 원청사도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경영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트리클로로메탄에 대한 짧은 지식

트라이클로로메테인과 클로로포름

유해화학물질 보건관리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다양한 '다른 이름들'입니다. 위 명칭은 오늘 오이레터의 주인공인 '트리클로로메탄'의 다른 이름입니다. 2013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는 화학물질의 명칭을 독일어발음에서 영어발음으로 바꿔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리(tri)는 '트라이'로 메탄(methane)은 '메테인'이라고 발음합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트리클로로메탄을 트라이클로로메테인이라고 말하더라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트리클로로메탄은 클로로포름이라고도 합니다. 클로로포름은 트리클로로메탄의 약전명, 즉 의약품으로 사용할 때의 명칭입니다. 클로로포름은 역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존 스노가 영국 여왕의 출산 시 마취제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클로로포름을 휘발하여 흡입하면 마취 효과가 생깁니다. 범죄영화에서 헝겊에 약품을 묻힌 후 얼굴에 감싸서 기절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사용되는 약품이 클로로포름입니다. 그러나 영화 속 장면과는 달리 헝겊에 묻힌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를 시키려면 최소 5분 이상은 코에 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세척공정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마취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오랫동안 노출되어 독성간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리클로로메탄'가의 형제들


메탄에서 수소 대신 염소, 불소, 브롬과 같은 다른 할로겐 원소로 치환하면 다양한 화합물이 만들어집니다. 메탄의 화학식은 CH4로 가장 간단한 탄소화합물입니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이면서 대표적인 온실가스죠. 분자량은 16으로 산소분자량 32의 절반이니다. 끓는점이 영하 162도이므로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디클로로메탄은 메탄(CH4)에서 염소(Cl)를 2개를 치환하여 만들어 집니다. 메틸렌클로라이드라고도 부릅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약어로 MC라고 불렀습니다. 트리클로로에틸렌(TCE)를 대체하여 세척제로 많이 사용되어온 물질이죠. 디클로로메탄은 끓는점이 섭씨 39.6도이고, 증기압은 435mmHg입니다. 트리클로로메탄보다 높은 휘발성을 보입니다.

트리클로로메탄은 CH4에서 3개의 수소(H)가 염소(Cl)로 치환된 화합물입니다. 트리클로로메탄의 분자량은 119.4이고, 끓는점은 섭씨 61.2도라 상온에서는 액체상태입니다. 섭씨 25도에서 증기압이 197mmHg 이므로 물의 증기압 23.8mmHg에 비하면 매우 높은 휘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테트라클로로메탄은 수소 4개를 모두 염소로 바꾼 것입니다. 한글로는 사염화탄소입니다. 간독성으로 유명한 화합물입니다. 끓는점은 섭씨 76.7도 이고 증기압은 115mmH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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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겐 화합물의 독성


할로겐 원소는 주기율표 상의 17족 원소로 염소(Cl), 불소(F), 브롬(br), 요오드(I)와 같은 비금속입니다. 할로겐은 단어의 의미 자체가 ‘염생성’을 의미합니다. 염은 산과 염기의 중화반응에 의해 생성된 화합물을 말합니다. 할로겐 원소는 반응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연에서는 다양한 금속과 반응하여 염을 생성합니다. 소금(NaCl)도 대표적인 금속염이죠.

할로겐 화합물은 살균제와 소독제로 쓰입니다. 염소표백제, 빨간 소독약(요오드 팅크)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할로겐 화합물은 인체 내에서 대사되면서 독성을 나타냅니다. 디클로로메탄, 트리클로로메탄, 테르라클로로메탄 중 어떤 것이 가장 높은 독성을 가질까요? 염소의 갯수가 늘어날 수록 독성이 증가합니다. 디클로로메탄, 트리클로로메탄, 1,2-디클로로프로판, 1-브로모프로판 등 유명한 독성 유기화합물의 상당수가 할로겐 화합물입니다.